새로운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고, 버려지는 자원을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일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제도적 제약, 그리고 신뢰를 쌓는 지난한 과정이 뒤따른다. 청소년 주도의 식품 나눔 네트워크 ‘푸드넷(FoodNet)’ 역시 이러한 현실적 장벽을 하나씩 넘어오며, 국내 잉여 식품 공유·기부 활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 중심에는 세인트폴 대치에 재학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최현준 군이 있다. 그는 학교 수업과 대학 입시 준비라는 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매일 기부자와 수혜처를 연결하고, 수거·배송 동선을 관리하며, 봉사 인력을 조율하는 등 전 과정을 직접 총괄하고 있다.
푸드넷은 설립 초기부터 전국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 가맹점들과 협력하며, 빵·도시락·음료·간식류 등 다양한 품목을 기부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더불어 기부 절차의 표준화와 경로 최적화 시스템 도입 등 운영 체계 고도화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푸드넷은 지속 가능한 식품 재분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청소년이 주도하는 구조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타 기부 네트워크와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현준 군은 말한다.
“음식이 버려질 이유는 없습니다. 제 목표는 이 연결망이 제 손을 떠난 후에도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입니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당연히 전달되는 사회, 그것이 푸드넷이 지향하는 미래입니다.”
다음은 푸드넷 창립자 최현준 군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푸드넷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3년 전, 집 근처 제과점 앞에서 마감 후 버려질 예정이던 빵 상자를 봤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엔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운 좋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런 빵이 매일 버려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후 인근 편의점에서도 상황은 같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음식들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걸 바로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부터 직접 연결을 시작했습니다. 첫 전달은 빵 20여 개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길 위에서 ‘누군가의 저녁 식탁을 바꾸는 일’이 가진 힘을 실감했습니다.
Q.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부자도, 안정적인 전달 경로도 없었죠. 복지관을 찾아갔지만, “학생이 하는 기부망이 위생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래서 매일 방과 후 가방에 명함과 소개 자료를 넣고 새로운 복지관을 찾았습니다. 문 앞에서 퇴짜를 맞아도 다음 날이면 또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어떤 날은 5분도 안 돼 “필요 없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야 했지만, 거절을 다음 시도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Q. 기부자를 확보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A. 쉽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이라는 점이 오히려 신뢰를 얻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학생이 하는 일이라 오래 못 갈 것”이라며 거절하는 가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가게를 찾아갔습니다. 거절당해도 웃으며 명함을 건넸고, 간단한 인사라도 나눴습니다. 작은 대화가 쌓이고, 결국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첫 기부자가 생겼고, 그 순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Q. 거절과 실패 속에서도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언젠가는 받아줄 곳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거절당해도, 한 곳이 문을 열면 다음은 조금 더 쉬워집니다. 신뢰는 결국 꾸준함과 성실함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Q. 푸드넷이 확장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초창기에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수거하던 것이 점차 늘었습니다. 현재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참여하고, 새로운 푸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품목도 빵에서 도시락, 음료, 과자, 햇반, 한과, 라면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네트워크 확장으로 수혜자 수도 늘었고, 봉사자 조직도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Q. 봉사자와의 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A. ‘수평적 리더십’입니다. 봉사자, 파트너, 수혜자 모두 동등한 주체입니다. 저는 방향만 제시할 뿐, 실행은 각자가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합니다. 리더십은 사람을 위로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A.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전역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도시 빈곤 지역에 같은 모델을 적용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검증된 방식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면, ‘버려지는 음식’과 ‘굶주림’이라는 두 문제를 동시에 줄일 수 있습니다.
Q.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저는 CEO가 아니라 학생이지만, 믿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길보다 세상을 바꾸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실패에 대한 후회보다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더 중요합니다. 제 생활 신조는 Delulu is the solulu(망상이 해답이다)’입니다. 때로는 현실적 계산보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상이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푸드넷도 그런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언젠가 이 네트워크가 제 손을 떠나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음식이 버려질 이유가 없는 사회가 현실이 된다면, 그것이 저의 ‘망상이 현실이 된 순간’이자 가장 큰 성취일 것입니다.













